콜라텍은 콜라와 디스코텍의 합성어다. 이름에서 보듯 음주와 흡연이 금지된 공간으로, 1990년대까진 청소년 시설이었다. 그러나 청소년 문화가 사회관계망서비스(SNS) 등 온라인으로 재편되고, 젊은 층은 이태원과 강남 클럽 등으로 옮겨가며 콜라텍은 중년 놀이공간으로 변신했다. 당시 콜라텍을 찾던 중년층이 60, 70대가 되면서 이젠 노년층의 만남의 장소로 재탄생했다.
이날 본보 기자가 방문한 콜라텍엔 대낮부터 노인들이 삼삼오오 춤을 추고 있었다. 입장료는 평일 1,000원, 주말 2,000원. 입장료 대신 바구니나 옷걸이 대여료(2,000원)만 받기도 한다. 초록바지에 검은 가디건을 입은 박모(62)씨는 "노후 대책을 세우려면 춤부터 미리 배워놓아야 한다"고 너스레를 떨었다.
콜라텍에선 술과 음식을 팔 수 없다. 그러나 댄스홀 바깥 공간을 외식업으로 따로 등록한 곳이 많다. 식당 메뉴는 각종 찌개부터 '보양식' 오리백숙까지 다양했다. 김치찌개 가격은 점심시간엔 8,000원으로 물가에 비해 저렴했다. 식당에선 열댓 명의 손님들이 왁자지껄 웃으며 근황을 물었다. 한 여성은 집에서 가져온 보온병에서 커피를 꺼내 나눠줬다. 콜라텍이 노인을 위한 각종 편의시설이 모두 갖춰진 일종의 '멀티플렉스'인 셈이다. 수원에서 온 홍영진(70)씨는 "콧바람 쐬러 왔다가 마음 맞는 사람이 있으면 같이 밥을 먹기도 한다"고 했다. 콜라텍에 오기 위해 경기도 안양에서 1시간 넘게 지하철을 탔다는 이모(74)씨는 "과일 사 먹을 돈 아껴서 친구들과 운동하러 오는 건데 자주 오진 못 한다"고 아쉬워했다.
콜라텍이 최근 점점 사라져 가고 있다. 코로나19 여파를 제대로 극복하지 못한 데다 장기 경기 침체까지 겹친 탓이다.
소방청에 따르면 전국 콜라텍 영업장은 2019년 502곳에서 줄곧 감소해 지난해 418곳까지 줄었다. 코로나19 대유행으로 인한 사회적 거리두기 당시 콜라텍은 유흥업소로 등록된 탓에 출입이 엄격하게 금지돼 큰 타격을 입었는데 대유행 뒤에도 불황에서 헤어나오지 못하고 있다. 영등포에서 업장을 운영하는 사장 임모씨는 "임대료, 관리비, 전기·수도요금 등 고정 지출이 3,200만 원인데 한 달 수입은 1,200만 원에 불과하다"며 "코로나 때 사교댄스 학원에 고정 손님을 절반 가까이 뺏겼다"고 한숨을 내쉬었다. 지난 5일에는 영등포시장 인근에서 콜라텍을 운영하던 50대 남성이 관리비 체납으로 업장에 대한 강제집행 절차가 이뤄지자, "다 죽자"며 업장에 기름을 부은 혐의로 체포되기도 했다.
노인들이 콜라텍에 모이는 건 대화 상대가 없고 주머니 사정이 어려운 그들에게 탈출구 역할을 톡톡이 해주고 있어서다. 기존 복지 프로그램 중심의 노인 시설에 싫증을 느낀 경우도 있다. 김모(81)씨는 "경로당 가면 윗사람들이 많아 심부름하기 일쑤고, 노인회관은 맨날 똑같은 프로그램만 하고 지루한데 콜라텍은 다르다"고 강조했다. 이에 전문가들은 노인들이 다양한 여가 활동을 펼칠 수 있는 공간을 공적 영역에서 마련해 줘야 한다고 말한다. 박종구 동국대 호텔관광외식경영학부 교수는 "평생교육 측면에서 경로당이나 복지관 같은 공공시설에서 질 높은 집단 여가 활동들을 제공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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